옥상 별빛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밤, 남편이 선풍기 바람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옥상에 가서 누웠다 오자고 했습니다. 잠이 막 들려던 저는 움직이기 귀찮아 그대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할 말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베개와 얇은 이불을 챙겼습니다. 먼저 옥상에 올라간 남편이 문자 메시지로 어서 오라고 재촉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니 남편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있었습니다. 돗자리에 누우니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까지 시원해졌습니다. 그때 남편이 툭 한마디 던졌습니다.

“별 많이 보소. 자네 별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난번에 남편에게 무심코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집에 가면 별을 실컷 볼 수 있는데 빈집이라 갈 수가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하고도 잊어버렸는데 남편은 마음에 두고 있었나 봅니다. 옥상에서 올려다보이는 하늘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풀벌레들의 합창까지 어우러지니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습니다.

아내의 사소한 말 한마디를 흘려듣지 않고 마음을 헤아려준 남편이 참 고마웠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작은 관심만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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