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엄마의 따뜻한 말

삼 형제 중 막내인 나는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도왔다. 엄마가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시면 옆에서 식사 준비를 돕고,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고,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 아무도 없으면 청소기를 돌렸다. 하기 싫은 날은 ‘아직 학생이니까’라고 생각하며,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청년이 되고 형들이 결혼해 가족이 늘었지만, 여전히 나는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형수님들은 엄마에게 본인들이 할 테니 쉬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마는 형수님들을 만류하며 집안일을 도맡으시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나를 부르셨다. 집안일이 힘든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나만’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형들도 있는데 왜 또 나야?”

볼멘소리로 불만을 표출해 보아도 막내인 내가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나도 형들처럼 결혼하게 되었다. 하루는 어질러져 있는 방을 보고 속으로 아내를 탓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한테 뭐라 하신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밖에서도 일하시고 집에 와서도 일만 하신 엄마는 “이거 왜 안 했니?” 하지 않으셨고, 내가 집안일을 하기 싫어 불평할 때도 그저 묵묵히 흘려 넘기셨다. 그런 엄마의 어깨 한번 주물러드리지 못했다.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 한편에 구멍이 난 듯했다.

언젠가 엄마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딸 같아.”
“딸 같아서 별로야?”
“아니, 딸 같아서 좋지 뭐. 엄마도 잘 도와주고.”

내 딴에는 거들어드린다고 했지만 엄마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싶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집안일하던 습관 덕분에 나는 주변을 정돈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옷을 개고, 바닥을 쓸고 닦는 일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집안일에 관심을 갖고 도우려 했던 건 엄마의 말 때문인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조금이라도 거들어드리면 “고생했다. 고마워, 우리 아들” 하고 웃어주셨다. 엄마의 따뜻한 말이 오늘의 부지런한 나를 만들었다. 희생, 헌신, 사랑의 대명사인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앞으로도 이타적인 마음과 좋은 습관이 몸에 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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