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먹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동물이 먹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동물이 먹는 것은 자연 상태의 날것이고, 사람이 먹는 음식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소화하기 쉽고 맛있게 변형시킨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은 ‘요리’한 음식을 먹는다.
요리라는 행위를 함으로써, 사람이 먹는 이유는 동물과 구별된다. 사람은 요리한 음식을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즐기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강화한다. 먹는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특정 음식으로 위로를 받거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누리기도 한다.
요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처럼 먹는 이유의 다양한 의미가 충족될 수 없다. 끼니를 챙기는 일이 매일 반복되는 까닭에 음식 준비가 과제처럼 부담스러운 일, 지겹고 귀찮은 일로 치부되곤 하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요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번거롭고 수고로운 일, 요리
음식을 만드는 일은 품이 많이 든다. 우선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된다. 고민 끝에 메뉴를 선정하면 식재료를 사야 하는데, 좀 더 저렴하고 싱싱한 것을 고르려면 알뜰살뜰 비교하고 관찰해야 한다. 식재료가 마련되면 깔끔하게 손질해야 한다. 푸성귀라면 흙을 털어 껍질을 벗기고 다듬는다. 고기라면 피와 기름을 빼내 손질하고, 해산물이면 껍질을 벗기거나 이물질을 제거한다. 재료 손질이 끝난 뒤에는 칼질로 적당히 썬다.
본격적인 요리는 이제부터다. 재료에 열을 가해 음식에 맞는 조리법으로 볶고, 끓이고, 찌고, 튀긴다. 타거나 설익지 않도록 불의 세기와 가열하는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먹는 사람의 나이나 취향을 고려해 간을 하고, 양념과 조미료를 적당히 가미한다. 요리에 익숙하고 조리법을 숙지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절차가 순조롭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변수에 진땀을 뺄 수도 있다.
요리는 완성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음식이 남으면 용기에 담아야 하고, 재료를 다듬으면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요리하면서 사용한 도구들과 먹을 때 사용한 식기를 설거지하고, 식탁과 조리대를 깨끗이 정리하는 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메뉴 선정부터 뒤처리에 이르기까지, 이 일련의 과정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수고가 요구된다. 서서 하는 일이라 체력도 많이 소모된다. 밥상을 받기만 하다가 자신의 끼니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동안 얼마나 대접받으며 살아왔는지를.
음식 만드는 일은 종합 학문이자 예술
엄밀히 말하면 요리는 ‘과학’이다. 재료를 다듬고 써는 행위는 물리적 변형이요, 열 분해·중화 반응·수분 증발 등 여러 반응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재료의 분자 구조가 바뀌어 맛 좋고 영양가 높은 음식이 된다. 요리할 때 나는 고소하고 달콤하고 매콤한 향은 화학적 현상이며, 완성되어 몸에 들어간 음식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생화학적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이 된다. 발효는 미생물학을 이용한 요리 방식이다.
최근에는 ‘요리 의학’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말 그대로 요리와 의학의 결합으로, 요리법과 식습관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분야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리라는 기대와 함께 미국 명문 의대에서도 교육 과정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요리가 지역 혹은 국가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발전한 ‘문화’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요리는 종합 학문에 가깝다. 요리(料理)라는 단어의 한자를 풀이하더라도 ‘생각하고 헤아려 잘 다스린다’라는 뜻으로, 요리는 주방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이자 수양인 셈이다.
어떤 이는 요리를 창작 활동에 속하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맛과 풍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주 에디스코완대 연구팀은 요리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감을 높여 정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요리의 창의적 활동으로 얻는 통제감과 성취감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AI가 발전해도 대체하기 어려운 일은 주로 창의성, 감성적 교감, 책임이 따르는 의사결정, 정교한 손 기술, 윤리적 지도력 등이 필요한 영역인데, AI가 요리를 보조할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전망이다.
요리와 사랑은 동의어
요리는 많은 시간과 수고와 번거로움이 뒤따르는 데다, AI도 온전히 따라 하지 못할 만큼 고난도에 속하는 일이다. 식재료 구매에 드는 비용과 편의성까지 고려하면 요리해서 먹는 일은 합리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만든 음식이 그리 맛있지도 않다면 더더욱. 그러나 가정에서 자신과 가족이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은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가족의 입맛에 맞도록 만든 가정 요리는 그 가족 구성원에게 있어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다. 소중한 사람의 입에 들어가 맛으로 행복을 주고 소화되어 몸에 들어가서는 건강을 지켜줄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음식을 만들 때 자연스레 정성과 애정이 들어간다. 음식을 만드는 행위와 감정은 긴밀하게 연결되기에, 상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사랑의 마음이 음식에 고스란히 스며드는 것이다. 이는 제아무리 값비싼 음식이라도 채우지 못하는 영역이다.
음식을 만들 때 반영된 감정은 그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정서적 허기까지 채워준다. 사람의 정서는 먹는 음식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누군가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따스한 위로와 충만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느낌이 든다. 그 힘으로 기운을 내고 다시 웃을 때, 먹는 사람만 아니라 만든 사람 역시 힘이 난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사랑한다는 말과 같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상대의 마음 깊은 곳까지 가닿는다. 요리에 할애하는 시간, 들이는 인내와 집중력, 칼질에 손을 베거나 불에 델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입이 즐겁도록 맛을 내는 배려. 이러한 마음을 담은 좋은 음식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을 모자람 없이 온전하게 전해 주는 특별한 수단이 된다.
가족이 함께 요리하는 행복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는 가정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가족 식사를 위한 음식을 함께 요리하는 기회까지 가지면 금상첨화다. 가족과 함께 요리하는 시간이 가정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진한 행복이 느껴진다는 데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가족이 함께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는 동안 주방은 소통의 장이 된다. 어떤 조리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재료는 어떤 모양으로 썰어야 하는지, 얼마나 가열해야 하는지, 간은 적당한지 등 서로 묻고 알려주며 의논하다 보면 자연스레 대화가 많아진다. “우리 뭐 먹을까?”에서 “우리가 만들었어!”에 이르기까지 손발을 맞춰 공동의 목표를 이루었을 때, 소속감과 성취감도 뒤따른다.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통해 어른을 흉내 내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요리에 참여시키면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상에 필요한 능력을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고, 식재료를 가까이하면서 음식에 관심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어 먹거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자연히 음식에 거부감이 줄고 식사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요리 시간이 즐거우려면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브런치 데이’, ‘피자 타임’, ‘바비큐 파티’, ‘디저트 카페’와 같이 테마를 정하면 재미와 활기를 더할 수 있다. 새로운 식탁보를 깔거나 꽃 장식, 평소 사용하지 않는 접시 등으로 식탁을 꾸미면 더욱 특별한 느낌을 준다. 요리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두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맛있는 냄새가 스며 나오는 주방은, 집이 곧 따뜻한 안식처라는 등식을 체감하게 해준다. 음식을 만드는 건 생존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행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의미는 더욱 빛난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으며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그 시간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때 기쁨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 조리 도구를 들고서 부엌을 종횡무진하는 모습은, 흡사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를 자아내는 지휘자에, 약초를 우려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의원에, 자신의 영토를 지키려 적과 싸우는 전사에 버금간다. 자신과 가족의 삶을 애정으로 돌보며,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해 나가려는 의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려낸 음식은 평범하고 소박해도 귀하다. 주방은 삶을 요리하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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