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이런 게 부족해.’
‘나에게는 왜 저런 것이 없을까?’
살아가다 보면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능력이나 재능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정서적인 허기일 수도 있다. 결핍의 감각이 고개를 들면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이를 보며 부러워하거나,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모자란 부분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한다. 문제는 하나를 채우면 또 다른 결핍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이것만 있으면 괜찮을 텐데’라는 생각은 자신을 끝없이 괴롭힌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핍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삶의 오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로 마주할 것인가. 그 관점의 차이가 우리의 삶과 행복을 좌우한다.
긍정의 감각을 깨우는 결핍
‘결핍’이란, 필요로 하는 것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부족한 상태를 뜻한다. 영양, 수분, 수면처럼 결핍의 기준이 명확한 분야도 있으나, 일상에서 느끼는 결핍은 주관적인 관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기준과 기대, 비교 대상에 따라 충분함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부족함과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 타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라도 결핍감을 느낀다.
결핍은 욕망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우리는 흔히 가진 것이 부족해서 결핍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원하는 바가 많아서 결핍을 느끼기도 한다. 가진 것과 원하는 것의 간극이 클수록 결핍감을 크게 느끼고,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다고 여기면 언제나 불만족스러운 상태일 수밖에 없다.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나, 정도가 지나치면 삶은 불행해진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가져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삶을 동경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하는 바를 다 가진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포만감에 젖은 상태에서는 한 상 가득 차려진 산해진미에 별 감흥이 없듯, 결핍이 없는 삶이 지속되면 무감각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늘 완전하고 완벽하면 그것에 익숙해져 어느 순간 당연함이 되고, 인간의 욕망은 또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선다.
그런 점에서 결핍은 긍정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허기질 때는 산해진미 아닌 소박한 한 끼에도 큰 만족을 느낀다. 원하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도 그것이 없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더 크다. 결핍이라는 터널을 통과할 때, 만족과 기쁨이 더욱 선명한 감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세상은 불완전하기에 결핍이 존재하나, 결핍으로 인해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결핍을 없애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핍이 있으므로 행복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결핍은 삶의 동력이 된다
문명은 결핍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 인류는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기에 따뜻한 옷과 식량을 생산할 방도를 찾았고, 먼 곳까지 이동할 수단이 없었기에 수레와 배를 만들었다. 질병에 고통받으며 죽어갔기에 의학을 발전시켰다. 불편함이 새로운 도구를, 부족한 자원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켰다. 이렇듯 인류가 도약하도록 연료의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결핍이다.
이는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움직인다. 알지 못해서 배우고,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기술을 연마한다. 삶의 결핍을 예술과 문학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아무런 부족함도 없이 완벽하기만 하면 변화와 성장을 도모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끊임없이 꿈꾸며 분발하도록 자극한다.
현재 자신의 모습은 과거의 부족함이 만들어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하는 만큼 능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 좌절하고 남보다 부족하다고 느낄 때 열등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연습한다. 그런 시간 속에 녹아든 고뇌와 수고가 지금의 자신을 이루는 것이다. 부족함을 채우고 한 단계 넘어섰다는 보람과 희열, 해냈다는 성취감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핍은 인생길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결핍을 대하는 태도에서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먼저는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묻고 답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결핍은 결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닥에 금이 가서 물이 새는 컵을 결함이라 한다면, 결핍은 물이 다 채워지지 않은 컵이다. 물이 가득하지 않다고 해서 컵을 쓸모없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 역시 얼마나 채워져 있느냐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 비어 있는 만큼 가능성이 차 있는 것이다.
부족함이 서로를 연결한다
사람은 본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관계 또한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으며, 의지했던 사람에게 외면당하기도 한다. 반대로 자신이 상대에게 그런 아픔을 주기도 한다. 불완전함은 관계 속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 기대와 현실 사이에 간극을 만들고, 그 틈으로 오해와 갈등이 불거진다.
불완전함이 때때로 관계에 구멍을 내기는 하나,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도 불완전함이다. ‘인간답다’는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서로 도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나도 실수가 있고 부족한 사람이기에 타인의 실수와 부족함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 완벽하지 않으므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용서와 관용을 배운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불완전함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매개인 셈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순간 오히려 관계는 깨어지기 쉽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으면 타인이 들어설 자리를 허용하지 않게 되고, 상대에게 완벽을 기대하면 실망과 갈등은 더욱 잦아진다. 자신과 타인의 결핍을 인정할 때,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수용하는 유연함이 생긴다. 어느 정도 비어 있고 모난 구석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단독으로 완성되지 못하는 퍼즐 같은 관계는 우리를 고립에서 벗어나게 한다. 나의 부족함이 상대가 들어설 자리를 내어주고, 타인의 부족함이 내가 다가갈 공간을 만들어준다. 불완전한 너와 내가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갈 때, 혼자서는 메울 수 없는 빈틈에 따뜻함이 스민다.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함께’가 주는 유대와 행복으로 우리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
결핍은 때로 사람을 아프고 힘들게 하며 궁지로 몰아가지만, 역설적이게도 결핍이라는 빈 공간은 행복을 담는 그릇 같은 역할을 한다. 부족함을 원망하거나 빨리 채우려 조급해하는 대신 삶의 여백으로 여기면, 채워가는 기쁨에 감사하고 감동하게 된다. 나아가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걸어갈 수 있고, 다른 이와 온기를 나눌 수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유연한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부족한 부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하고 수용하는 데서 진정한 자기 이해와 성장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이 시작된다.
결핍 없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은 서로를 너그럽고 관대하게 대해야 하는 당위를 부여한다. 겸손과 감사, 공감과 이해, 용서와 배려가 필요한 이유도 이 세상이 불완전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마음에서 단단한 관계가 성립된다. 서로의 결핍을 견디고 보듬는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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