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과 '사랑'은 동의어다

대화는 청자와 화자가 존재하는 만큼 청자를 위해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화술도 필요하지만, 화자를 배려해 귀 기울여 듣기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만족하는 대화를 할 수 있다.

소통이 원활하려면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듣고 있구나’라고 느끼도록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거나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서 지지하는 반응을 반드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시선을 주며 그의 말을 오롯이 들어주는 건 청자의 당연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의 표현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그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관심을 보이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열린 귀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때 가정은 안정되고,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경청은 상대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인간관계의 대가 데일 카네기는 이것을 ‘타인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라고 말했다. 경영 전문가 스티븐 코비는 이것을 ‘성공한 사람들의 중요한 습관’이라고 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이것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바로, ‘잘 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느낀 감정, 욕구 등을 타인에게 말하기를 좋아한다.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고 그에 대해 상대방으로부터 공감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진정한 대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대화는 청자와 화자가 존재하는 만큼 청자를 위해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화술도 필요하지만, 화자를 배려해 귀 기울여 듣기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만족하는 대화를 할 수 있다. ‘이 사람이 내 말을 안 듣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대화는 끝나고 만다.

사람은 말하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데 비해 듣기는 덜 중요하게 여긴다.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남의 말을 잘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대부분 상호 간에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이는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듣기를 잘해서 복잡한 문제가 의외로 잘 풀리는가 하면, 듣기를 못해서 별것 아닌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듣는 것


눈은 감을 수 있고 입은 닫을 수 있지만 귀는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들리는 것만으로 이미 그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노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상대방의 말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듣는 행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귀로 들어오는 소리가 뇌로 이동하는 과정이 청각 활동이라면 경청은 소리를 통해 수신된 메시지를 상대의 표정을 읽는 관찰력, 맥락을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의식적으로 해석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활동이다. 말에는 표면적인 내용 외에도 감정과 욕구가 포함되곤 하는데, 이는 주의를 기울여 경청할 때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다.

예컨대 “학교 가기 싫어요”라는 아이의 말에는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요.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속뜻이, 상사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으며 하소연하는 배우자의 말에는 위로와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내재할 수 있다. 듣는 힘은 곧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힘이다. 부정적인 표현에 초점을 두어 바로 반응하기보다는 상대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기분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면 대화의 흐름과 결론은 완전히 달라진다.

소통이 원활하려면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듣고 있구나’라고 느끼도록 반드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사람은 말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있는지, 공감하는지, 흥미를 갖는지 등을 궁금해하며 상대방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핀다. 그러한 염려를 해소해 주려면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거나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서 지지하는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말하는 동안만큼은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 비웃음받거나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어떤 말을 해도 괜찮을 거야’라는 느낌을 받을 때 화자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안전감을 충족시켜 주는 일이야말로 상대를 배려하는 청자의 진정한 역할이다.


내 생각을 비워야 상대방의 말이 들린다


상대방이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 과소평가하거나 나의 경험을 말하기, 화제를 재빨리 바꿔버리기, 상대방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조언이나 해결책 제시하기, 상대방의 말에 아무런 반응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 하기, 상대방의 말이 사리에 안 맞으면 즉시 바로잡기…. 이 모두가 경청하지 않을 때 범하는 실례다. 청자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인 면을 타고나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에게 가장 관심 있고, 자신과 관련된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시각 정보가 뇌를 통해 처리되는 과정에서 왜곡되는 경우처럼 청각 정보 역시 듣는 사람의 경험, 지식, 사고방식 등 생각 회로를 거치는 과정에서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려는 의도와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타인의 관심사와 타인에게 일어난 일을 집중해서 듣기가 쉽지 않고, 타인의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상대의 말을 판단하고 어떤 말로 대응할지 궁리하느라 바쁘다.

주의해야 할 점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더 나았을 텐데’, ‘왜 저렇게 생각하지?’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드는 순간 제대로 듣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내가 이해하고 파악한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으므로 ‘다 안다’는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 상대방이 생각을 다 펼쳐내기 전에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는 행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방어막을 높이 세우게 한다.

경청의 핵심은 말하는 상대방이 대화의 중심이 되도록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다. 내 생각을 백지처럼 하얗게 비워 놓고 상대방이 거기에 마음껏 그림을 그리도록 가만히 지켜보는 과정이다. ‘그렇게 그리지 말고 이렇게 그려 봐’, ‘그 색보다는 이 색으로 칠하는 게 나아’ 하며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이러한 장해 요소들을 인지하여 자기의 생각과 판단, 평가를 접고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까지 들으면 끝이 좋다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의 말이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말, 장황하여 쓸데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상대방의 가치관과 의견이 나의 것과 달라서 이질감이 들기도 하고, 계속 듣는 것이 괜한 시간과 에너지 낭비인 것 같아 “그러니까 결론이 뭐야?”라고 묻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대화는 결과를 내려는 목적도 있지만, 먼저는 상대방과의 유대와 신뢰 형성이 주된 기능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야 한다. 터무니없다 치부했던 말이라도 끝까지 들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부질없는 말이라도 그로 인해 웃음이 터질 수 있다. 횡설수설해도 그 안에 핵심 내용이 있게 마련이며, 나의 관심사가 아닌 주제라도 듣다 보면 영감을 얻거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갈등 상황은 경청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경청이 가장 크게 활약하는 때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들어주면 왠지 내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내 의견을 주장하는 데 불리하다는 느낌이 들어 상대방의 말을 중단시키기 쉽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자신의 감정을 자극하더라도 방어적인 태도를 즉각 표출하는 대신 인내하며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면, 비록 다른 의견이라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어 평온한 분위기를 끌어오고 그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힐 기회가 포착되기도 한다.

상대방이 고민을 얘기할 때에도 해결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성급하게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의도로 끝까지 듣는 것이 최선이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잠잠히 들어주며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원하는 건 뭐야?”라고 질문하면 스스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상대방의 말 속에 이미 답이 있다면 그 마음을 헤아려 지지해 주면 된다. 타인이 찾아주는 답보다 스스로 찾은 답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기를 원한다. 이해받고 싶은 욕구는 마음에 있는 말을 털어놓고 상대방이 그 말을 진심으로 들어줄 때라야 비로소 해소된다. 잘 듣는 건 마음을 얻는 것이다. 자신의 말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진짜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고, 그에게 호의를 품어 너그럽게 대하게 된다. 그렇게 경청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태에서 건네는 말은 백 번의 잔소리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말을 편견 없이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행복하다. 상대방에게 시선을 주며 그의 말을 오롯이 들어주는 건 청자의 당연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의 표현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그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관심을 보이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청은 상대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귀는 서로의 마음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와도 같다. 마음이 통한다는 건 서로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 소중한 가족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나의 마음속으로 가족의 마음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귀를 활짝 열자. 열린 귀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때 가정은 안정되고,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어 다소 소극적인 행위로 보이지만 ‘듣기’라는 사랑의 저력은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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