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아내가, 저녁에 남편이 돌아오자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싶어 남편에게 육아를 부탁하고 방에 들어갔다. 남편은 아내가 배고플 거라는 생각에 저녁상을 차려 아내에게 권했다. 하지만 아내는 조용히 쉬고 싶다며 거절했다. 남편은 밥부터 먹고 쉬라며 재차 종용했다. 그러자 아내는 안 먹겠다는데 왜 자꾸 귀찮게 하느냐며 짜증 섞인 투로 말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에게 서운하고 화가 났다. 배려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의도로 한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오히려 부담감과 불편함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간섭과 강요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배려가 갈등의 씨앗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러 가는 길, 그녀의 집과 가까워지자 그는 들뜬 마음에 달리기 시작했다. 집 앞에 도착한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여인은 청년을 만나주지 않고 돌아가라는 말만 전할 뿐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청년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며칠 후, 그녀로부터 편지가 왔다.
『당신이 청혼하러 오던 날,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신이 달려오는 모습을 발견하곤 매우 기뻤죠. 그런데 정신없이 달리던 당신은 그만 마주 오는 한 사람을 밀쳐 넘어뜨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냥 지나쳐버렸죠. 저는 고민 끝에 결심했어요.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과 제 인생을 함께할 순 없겠다고요.』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의 일화로 알려진 이야기이다. 우리는 흔히 ‘따뜻한 사람’, ‘좋은 사람’의 기준을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할 줄 아느냐로 판단하곤 한다. 소소한 행동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발견될 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려는 상대에게 ‘당신을 존중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주고 마음을 열게 한다. 배려로 원활한 소통을 이루어 이상적이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만족감도 채워진다. 배려를 통해 서로 긍정적인 감정으로 연결될 때, 가정은 화목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세상은 더욱 따뜻해진다.
사랑의 다른 이름, 배려
사랑은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행동으로 상대방을 편안하고 기쁘고 행복하게 해줄 때 더욱 빛이 난다. 사랑에서 우러나는 이타적인 행동이 바로 배려다. 배려는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며 그의 감정이 어떠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살필 줄 알아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이다. 고로 배려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많은 것이 필요할 것 같지만 실상 가정의 행복에 크게 기여하는 건 가족 간에 베푸는 소소한 배려다. 욕실을 사용하고 새 수건을 걸어놓는 일, 추운 날 장갑이나 모자를 챙겨주는 일, 함께 걸을 때 보폭을 맞춰주는 일 등은 사소한 것 같아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한 배려로 상대는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 느낌이 들고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수고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한 것 같아도 사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얻는 것이 있다. 배려와 같은 선행을 하면 뇌에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들의 효과는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감정적 보상에 그치지 않고 면역력 증진, 통증 완화 등 신체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다른 기쁜 일을 경험할 때보다 선행으로 인해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었을 때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이렇게 배려하면 저 사람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지?’라는 타산적인 심산,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불안과 눈치, 칭찬을 기대하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한마디로 사랑이 빠진 선행은 진정한 배려라 할 수 없다. 나의 말과 행동이 배려처럼 보이지 않게 하면서도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다. 배려에 대한 보상은 베푸는 데 의의를 둔 순수한 기쁨과 행복이다. 마음에서 우러나 행하였고,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고 고맙다고 말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면 진정 배려다운 배려를 한 셈이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배려
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아내가, 저녁에 남편이 돌아오자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싶어 남편에게 육아를 부탁하고 방에 들어갔다. 남편은 아내가 배고플 거라는 생각에 저녁상을 차려 아내에게 권했다. 하지만 아내는 조용히 쉬고 싶다며 거절했다. 남편은 밥부터 먹고 쉬라며 재차 종용했다. 그러자 아내는 안 먹겠다는데 왜 자꾸 귀찮게 하느냐며 짜증 섞인 투로 말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에게 서운하고 화가 났다.
배려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다. 그런 선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그로 인해 관계가 돈독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배려가 항상 순기능만 하는 건 아니다. 좋은 의도로 한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오히려 부담감과 불편함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간섭과 강요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배려가 갈등의 씨앗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의 예시에서 아내가 생각하는 배려는 쉴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었고, 남편이 생각하는 배려는 아내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이었다. 남편의 행동은 분명 선한 일이다. 그러나 배려의 초점을 자신의 선한 의도에 두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도 강요하면 그것은 더 이상 배려가 아니다. 결국에는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되고 만다.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한 일이 자기중심적인 행위라고 하면 모순 같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는 행위, 혹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호의를 행하면서도 의도가 선하기 때문에 배려라고 믿는 것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그처럼 자기중심적인 배려를 할 때, 상대가 고마운 기색을 보이지 않거나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지 못하면 ‘기껏 생각해서 해줬더니’라는 실망과 불만이 나오게 된다.
배려에도 배려심이 필요하다
사전에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중요한 건 진심으로 도와주고 보살펴 주려는 말과 행동이, 가닿는 상대에게 만족과 행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배려할 때는 ‘상대방의 마음은 내 마음과 다르다’는 점을 먼저 기억하자. 이런 마음가짐이 진정한 배려심이라 할 수 있다.
가족처럼 가까운 상대일수록 내 마음과 같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 상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은 생략하고 내가 원하는 걸 상대도 똑같이 원할 거라 쉽게 단정 지어버리곤 한다. 배려하려면 자기중심적인 본능을 제어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편안할 수 있을까’,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고려해야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바라보면 배려할 만한 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말을 걸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해 보고,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어떻게 도와줄까?”라고 다정하게 물어보자. 관심 어린 질문을 던지고 귀 기울여 들으며, 상대방의 심리와 상황을 잘 이해하는 것도 배려의 중요한 부분이다.
반드시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만 배려하는 건 아니다. 상대가 불쾌하게 여길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배려다. 나의 말과 행동이 혹여 상대방에게 불편과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주의하는 것,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궁금해도 묻지 않고 기다려주거나 무심한 척하는 등의 태도는 소극적인 행동 같아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
나의 배려가 서툴러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다면 나의 행동에 변화가 필요하다. 잘못된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다른 방식을 모색함으로 배려의 내공을 쌓을 수 있다. 그 일로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아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배려에 서툴러 나를 생각해서 한 일이 썩 유쾌하지 않게 느껴질 때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의 의도를 알아주어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이해하면 불편함이 조금은 사그라지지 않을까.
함께하는 시간이 길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충돌이나 갈등도 자주 겪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더욱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가족 간에 서로 배려하려고 노력한다면 갈등이 쉽게 고개 들지 못할 것이다. 자연스레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강제성을 띠는 규칙이나 약속도 필요치 않다.
혹 집에서 생활하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가족의 배려를 충분히 받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배려를 알아채고 고마워하는 것도 일종의 배려다. 가족의 배려를 받았을 때는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감사를 표현하자. 그러면 감사의 말을 들은 상대방도 더 배려하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게 배려하려는 마음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가족을 단단하게 하고 따뜻한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게 한다. 행복한 일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