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행복하게, 실망은 슬기롭게

기대는 삶에 활력과 행복을 불어넣지만 때로는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대치를 조절하고 실망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어떤 일에 기대를 품으면 설레고 행복하다. 때때로 찾아오는 시련과 고난도, 이후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면 더욱 적극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

나의 기대가 다른 사람과 연결된 경우라면 상대의 성향과 환경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혹 나의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그 역시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때 건강한 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다.

삶은 기대와 실망의 연속이다. 불완전한 세상, 불완전한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실망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까닭은 새로운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실망하지만 그럼에도 믿고 기대할 수 있는 건 마주 보며 함께 웃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실망을 통해 우리는 시련을 배우고 성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걸 손에 넣기를 바라고, 수고나 비용을 들인 일에 좋은 결과가 따르기를 바라며,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배려하고 친절히 대해주기를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뜻하지 않은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러한 바람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대’다.

기대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린다는 뜻이다. 기대는 사람의 마음에 내재하는 다양한 욕구가 발현되는 것인데, 욕구는 본능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람은 끊임없이 기대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대의 대상은 자신이 되기도 하고, 주변 환경과 미래가 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을 향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러한 기대가 항상 충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곧 실망으로 이어진다. ‘인생에 산재하는 분노는 기대의 산물’이라는 자기계발 코치 게리 비숍의 말처럼, 기대가 무산되면 분노와 좌절, 무력감, 배신감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애초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감정을, 기대함으로써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망을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어떤 일이든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본능에 따라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기대를 억누르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기대와 실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지만, 실망으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 없이 기대만으로 행복할 순 없을까.



기대가 있는 삶은 행복하다


기대는 성취와 행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뇌는 기대감으로 가슴 벅차고 설렐 때 쾌감과 활력을 일으키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분비가 늘어나는데, 방출된 도파민은 보상회로를 활성화하여 기대하는 바를 성취하는 데 필요한 활동을 유도한다. 기대함으로써 어떤 일을 시도하게 되고, 그 시도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성취의 행복이 곧 기대에서부터 출발하는 셈이다.

기대감이 타인에게서 오는 경우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타인의 긍정적인 기대가 실제로 능률을 높이고 좋은 결과로 이끄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처럼 사람은 누군가 자신에게 기대감을 보이면 그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기대감이 정당하고 자신도 그에 납득할 때,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상대를 흡족하게 할 뿐 아니라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큰 힘이 된다.

어떤 일에 기대를 품으면 설레고 행복하다. 때로는 현실보다 기대가 주는 긍정적인 감정이 더 강렬하다. 보고 싶은 사람과의 약속을 앞두고 있을 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등 앞으로의 즐거운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쁘고 행복할 수 있다. 때때로 찾아오는 시련과 고난도, 이후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면 더욱 적극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 머리 앤》에서, 소풍을 앞두고 매우 들뜬 앤에게 양육자인 마릴라는 ‘그러다간 살면서 실망할 일이 많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그러자 앤은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건 그 기쁨의 절반을 이미 누린다는 거잖아요. 혹 이뤄지지 않는대도 기대하는 동안의 즐거움은 아무도 막지 못할 거예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앤의 말처럼, 실망이 두렵다는 이유로 기대를 꺾어버리면 인생은 그만큼 덜 행복하지 않을까. 기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엔진이자 행복의 귀중한 자원이다. 기대가 보내는 행복의 신호를 놓치지 말자.



존중 없는 기대는 불행을 낳는다


기대는 행복을 주지만, 나의 기대가 다른 사람과 연결된 경우라면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자신이나 주변 환경 혹은 미래에 대한 기대는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실망도 스스로 감내해야 하나, 사람을 향한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을 탓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인간관계를 건강하지 않게 만드는 주요인이 된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대치는 높아진다. 친밀함으로 인하여 자신과 상대를 분리하지 못하는 까닭에,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행동할 거라는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지닐 가능성이 크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높은 기대치는 위압과 잔소리로 이어져 자녀에게 부담감을 주고 잠재력을 잃게 만든다. 부부간에도 ‘당연히 해주겠지’, ‘분명 그럴 거야’라는 혼자만의 기대감을 품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원망과 비난으로 불화를 일으키곤 한다.

사실 혼자만의 기대가 어긋남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상대와는 무관하다. 사람은 저마다 독립적인 존재로, 자유의지를 가질 권리가 있다. 타인의 의지와 선택은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거나 나의 예상에 부합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상대는 나의 기대 이상으로 행동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탓하거나 화낼 수는 없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정한 기준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격이 되지 않도록 다른 사람이 나의 기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버려야 한다.

나의 기대에 상대가 부응할 때만 만족하는 관계는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 나의 기대가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대에 어긋나더라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존중이 수반되어야 한다. 상대의 성향과 환경을 이해하고 관심과 애정으로 장점을 찾아 인정하는 존중, 상대방이 혹 나의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그 역시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때 관계를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있다.



기대치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


잔뜩 기대하고 본 영화가 실망스럽고, 아무런 기대 없이 본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졌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이 크고, 기대를 뛰어넘으면 만족감이 커지는 심리 현상을 ‘기대치 위반 효과’라고 한다. 실제로 실망과 관련된 뇌 영역(측유상핵)은 예상한 보상과 실제 보상의 크기를 비교해 실제 보상이 예상보다 작을 때 활성화된다. 이렇듯 만족하지 못하는 대개의 이유는 기대치가 너무 높은 데 있다. 결국 실망과 만족이 ‘기대치’에 달린 셈. 현실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대치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기대치를 적절히 설정하려면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현실적인가’이다. 자신의 욕망과 주변의 자극이 빚어내는 기대감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파악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내가 기대하는 대상이 ‘인지하고 있는가’이다. 소통의 부재하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대는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사람은 없다. ‘말 안 해도 알겠지’라고 넘겨짚는 대신 상대에게 바라는 바를 전달하고 그의 의견과 생각을 들으며 적절한 기대치를 설정해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실망하는 경우가 잦다면 나의 기대가 과하거나 비현실적이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사람은 바라던 바를 얻으면 그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바라게 된다. 또,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이 수고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도 좋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곤 한다. 이러한 점을 자각하여 경계하는 것도 기대치 조절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다.

사실 기대치를 조절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정해도 현실에는 변수가 많고 세상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므로 기대에 어긋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원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현실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기대치 조절도 중요하지만, 기대는 그저 기대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기대 이후의 실망을 다루는 것도 마음의 평온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삶은 기대와 실망의 연속이다. 불완전한 세상, 불완전한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실망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까닭은 새로운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실망하지만 그럼에도 믿고 기대할 수 있는 건 마주 보며 함께 웃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실망을 통해 우리는 시련을 배우고 성장한다.

그러고 보면 불행은 기대한 대로 되지 않는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일지 모른다. 기대한 대로 되지 않으면 실패고 불행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어떠한 결과와 마주하더라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는다면 그 또한 소중한 경험이 된다. 이처럼 결과에 휘청이지 않으면 기대가 주는 행복을 더욱 한껏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좌절되어도 또 다른 기대감으로 설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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