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말하고 마음을 듣는 대화

말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말할 때는 마음을 잘 표현해야 하고, 들을 때는 말하는 이의 마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람을 다른 존재와 구분 짓도록 하는, 오직 사람에게만 있는 ‘마음’. 마음은 생각, 의지, 욕구, 감정과 같이 인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을 포함하는 내면의 전부를 뜻한다.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어떤 이들은 뇌에, 어떤 이들은 가슴에 있다고 답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이 우리 삶을 주관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언어’다. 삶의 핵심은 결국 관계이고, 관계는 말 곧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

마음을 보여줄 수 없어 말로 표현하면서도 말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막히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대화를 잘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정확히 전달하는 법, 말속에 담긴 상대의 마음을 올바로 이해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서로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의 대화를 나눠야 한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주인공인 나무 인형 피노키오, 영화 《AI》의 소년 로봇 데이비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갖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사람의 형체를 지니고 사람의 말을 하지만 ‘마음’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다른 존재와 구분 짓도록 하는, 오직 사람에게만 있는 ‘마음’. 마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마음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관용구에 사용된다. 마음에 든다, 마음을 먹다, 마음이 쓰이다, 마음대로 하다,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열리다, 마음을 나누다, 마음이 흔들리다 등등. 마음은 생각, 의지, 욕구, 감정과 같이 인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을 포함하는 내면의 전부를 뜻한다.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어떤 이들은 뇌에, 어떤 이들은 가슴에 있다고 답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이 우리 삶을 주관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언어’다. 삶의 핵심은 결국 관계이고, 관계는 말 곧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 사람은 평생 말을 하며 살아가지만, 말을 잘한다고 해서 소통이 잘되는 건 아니다. 언어 능력과 소통 능력은 다르다. 마음을 보여줄 수 없어 말로 표현하면서도 말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막히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그 이유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화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대화를 잘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정확히 전달하는 법, 말속에 담긴 상대의 마음을 올바로 이해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서로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의 대화를 나눠야 한다.



마음을 나눌 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과실에 대해 사과하면 잘못을 인정한다는 증거가 되어 법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병원 측은 사과를 꺼리고 환자는 소송을 택한다. 2000년대 초반, 미시간대학병원에서는 과실을 범했을 때 환자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러자 연간 262건이던 의료분쟁소송이 6년 후에는 83건으로 줄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린 사과로 인해 갈등이 소송까지 번지지 않은 것이다.

마음은 마음으로 움직인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말에 마음을 담아야 한다. 말이 상대에게 힘을 주고 누군가의 고통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그 안에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다. 마음을 나눌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대화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서로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유대감과 친밀감이 생기고, 안정적인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행복해진다. 설령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라도 수용할 수 있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가깝고 소중한 사람과는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어야 건강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알겠지’, ‘그 마음 내가 다 알지’ 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묻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순간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조율하고 맞춰 나가야 할 부분이 많으므로, ‘어떤 부분이 고마운지’, ‘어떤 부분이 미안한지’,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등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마음을 알고 이해하면 갈등이 생기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속상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가족을 위로할 때, 잘되길 바라는 뜻에서 조언을 해줄 때, 실수하거나 잘못해서 사과하고 싶을 때, 사랑을 전하고 싶을 때,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다. 마음에 다가가는 것이다. 마음을 표현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대화가 진정한 대화다.



마음을 상대에게 제대로, 안전하게 표현하기


“다 자기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마음을 몰라주네.”

이런 말을 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주면 야속하기 그지없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마음도 크다. 분명한 건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건 나의 말과 행동뿐이기에, 내 마음을 몰라주는 이유를 상대가 아닌 내게서 찾아야 한다.

나의 말과 행동이 내 마음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내가 어떻게 말하든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도 억지다.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도 비난조의 말과 공격적인 말투에 담기거나 차가운 표정으로 전해지면 진심은 왜곡되고 만다.

소통의 핵심은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말과 표정과 행동을 이용해 상대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좋은 마음을 좋은 표현으로 전하면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하고 서운해할 필요 없이, 상대가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마음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려면 우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일 때는 마음을 직시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감정만 표출해 버리기 쉽다. 불쾌감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서 비롯된 감정이다.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되 감정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마음이 어떠하다는 식으로 말하면 감정이 조절되고, 상대에게도 안전하게 전해진다. 누군가의 말이 거슬릴 때 “왜 그렇게 말해?”라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그렇게 말하면 속상해”라며 마음을 전하면 훨씬 유연하게 전달된다.

흔히들 ‘말하기 전에 생각하라’고 한다.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말을 어떻게 잘 다듬을까’가 아닌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상대에게 원하는 건 무엇인지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상대에게 제대로, 안전하게 전달되도록 표현하는 방법이다. 즉, 말이 마음을 잘 담도록 점검하는 일이다.



말에 드러나지 않은, 상대의 마음 이해하기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면 말이 의도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에도 고려해야 한다. 상대는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도 괜찮은 척하거나, 불쾌한 마음을 비난과 분노로 표현하는 등 본심을 숨기기도 하고 반대로 말하기도 하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과격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마음을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했거나, 표현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오지 않은 적이 많았다면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투를 수 있다. 혹은 자신이 어떤 마음인지 정리가 잘 안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만 바라보고 대응하면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사람은 누구나 가까운 이들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고 싶어 한다. 그러한 바람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소간의 거리감이나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때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정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런 마음일 거야’라며 잘못 추론하기도 한다. 상대의 마음을 오해하면서 그것이 사실이라 굳게 믿기도 하고,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라며 상대의 마음을 바꾸려 하거나,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라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까닭에 상대방의 말이 아닌, 말속에 담긴 진짜 마음을 듣는 귀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들으려면 ‘상대방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태도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야 한다. 표출되는 메시지 이면에는 원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상대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 하기 전에, 조언해 주기 전에, 상대의 말을 판단하고 받아치기 전에, 상대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표현할 기회를 주고 그 마음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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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하다.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깊고 섬세한 마음을, 인공지능은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재현할 수 없다. 인공지능도 해내지 못할 만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전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온전히 이해하는 것도 실상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연습하고 훈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표현하려면 말을 잘 살펴야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말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상대가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믿음이 굳건하면 상대방의 표현이 다소 서툴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가령 부모가 노파심에서 하는 말을 자녀는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라고 응수하는 대신 사랑과 염려로 받아들이게 되고,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자녀의 말을 부모는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 안심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신뢰가 형성되기까지는 진심이 담긴 말이 수없이 오고 가야 한다.

물건과 물건을 붙게 하는 건 접착제고, 벽돌과 벽돌을 붙게 하는 건 시멘트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건 ‘마음을 담은 말’이다. 마음을 담은 말이 타인의 마음에 닿을 때, 서로의 삶에 평화와 기쁨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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