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갑작스레 큰 지출이 생긴 탓에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가족들을 배부르게 먹일까?’였습니다. 과일이나 간식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하루는 막내가 감자튀김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막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대신 감자튀김만 먹을 정도로 감자튀김을 좋아합니다. 여느 때라면 쉽게 사 주었을 텐데, 그땐 사주겠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참 아팠지요.
감자튀김 대신 뭘 해줄까 골똘히 생각하다, 옥상에 묻어둔 감자가 떠올랐습니다. 싹이 난 감자를 버리기 아까워 옥상 화단에 심어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데리고 옥상으로 갔습니다.
“흙 속에 아주 맛있는 것이 숨어 있는데, 엄마가 찾아서 요리해 줄게.”
호미로 흙을 파내니 동전 크기의 작은 알감자들이 나왔습니다. 막내도 아기 감자들이 너무 귀엽다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알감자를 소중히 손에 쥐고 옥상에서 내려와 ‘알감자버터구이’를 해주었습니다. 버터가 없어서 마가린을 넣었지만 아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었던 것보다 몇 배는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그 후로도 한두 번 더 옥상에서 감자를 캐 와 간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도 막내는 그때 먹은 알감자 요리가 정말 맛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엄마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걸 모르고서요.
Recipe
알감자버터구이
재료(2~3인분)

방법
- 알감자를 씻어 껍질을 벗긴 후, 5분 정도 삶는다.
- 달군 팬에 식용유와 버터를 넣는다.
- 감자를 중불에서 굴려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 감자가 익으면 접시에 담는다.
- 설탕, 소금을 골고루 뿌린 후 파슬리 가루로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