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조물, 시금치무침


어릴 적, 방문을 열면 맞은편에 주방이 보이는 아담한 집에서 네 식구가 살았습니다. 엄마가 저녁 식사 준비로 나물을 무치실 때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방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군침을 삼키며 주방으로 가 엄마 옆에 쪼그려 앉아서 아기 새처럼 입을 쩍 벌렸습니다. 엄마는 “으이그” 하며 나물을 입에 쏙 넣어주셨지요. 시금치의 아삭함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면서, ‘밥 먹을 시간이 얼른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결혼하고 해외에서 살던 어느 날, 마트에서 시금치를 발견했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던 시금치무침이 떠올라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시금치무침쯤은 엄마처럼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자신만만했지요. 시금치를 다듬어 기억나는 대로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무쳐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꽝. 너무 오래 데친 탓인지 시금치는 물컹했고, 소금을 많이 넣었는지 짠맛만 났습니다.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습니다. 한국은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잠자리에서 막 일어나신 엄마에게 저는 대뜸 투정을 부렸습니다. 시금치를 무쳤는데 엄마가 해준 맛이 안 난다고요.

“아이고, 우리 딸이 엄마가 해준 반찬이 먹고 싶었구나.”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가 귀찮을 법도 한데 엄마는 다정하게 레시피를 알려주셨습니다.

다음 날, 엄마가 알려주신 대로 시금치무침을 만들었습니다. 엄마의 손맛까지는 아니어도 이번에는 맛이 제대로 나는 듯했습니다. 언제쯤이면 엄마의 시금치무침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엄마의 손맛을 완벽히 구현하는 자체가 무리겠죠?


Recipe


시금치무침


재료

시금치 200g, 소금 1/2큰술


양념

다진 대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멸치액젓 1/2큰술, 국간장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 1작은술


방법


  1. 시금치는 뿌리를 다듬어 깨끗이 씻는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시금치를 30~60초가량 데친다.

  3. 데친 시금치를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4. 마늘과 대파 흰 부분을 다진다.

  5. 볼에 시금치와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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