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같은 장어탕


형편이 넉넉지 않아 보약은 꿈도 못 꾸던 시절, 엄마는 장어가 몸에 좋다는 말에 저희 오 남매를 먹이려 살아있는 바다 장어를 직접 손질해 장어탕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엄마가 만든 장어탕은 동네 사람들이 엄지를 들어 보일 만큼 맛있다고 소문났었습니다. 우유보다 뽀얀 국물에 갖가지 채소, 고춧가루를 넣은 장어탕을 먹으며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마치 보약을 먹은 듯 기운이 솟았습니다.

엄마는 저희 오 남매가 장성해 휴가차 집에 들를 때에도 만사 제쳐두고 물 좋은 장어를 구하러 시장에 가셨습니다. 그러곤 장어를 푹 삶아 일일이 가시를 바르고, 체에 걸러 국물을 내리셨지요. 손이 많이 가기에 고생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엄마는 저희가 집에 머무는 동안 넉넉히 먹을 수 있도록 장어탕을 한 솥 가득 준비하셨습니다. 완성된 장어탕은 알근달근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 저희를, 엄마는 수고로움도 잊은 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셨습니다.

엄마의 연세가 여든이 넘어가면서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게 되자, 우리는 해마다 먹던 장어탕을 더 이상 못 먹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장어탕이 너무 생각나 남편에게 장어를 잡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만들어봤는데, 엄마의 사랑과 정성까지 흉내 내기엔 부족한 탓인지 엄마의 손맛이 안 나더군요.

자녀가 좋아하는 장어탕을 직접 해 먹이지 못하시는 걸 안타까워 하시는 엄마. 우리 오 남매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건, 장어탕을 먹어서가 아니라 보약 같은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Recipe


장어탕

재료(2~3인분)

장어(中) 3마리, 물 2.5ℓ, 얼갈이 반 단, 대파 2대, 숙주 300g, 청양고추 4개, 생강 1개, 고춧가루, 국간장, 방앗잎, 산초, 후추, 소금


방법


  1. 장어는 내장을 뺀 후 냄비에 생강을 넣어 살이 물러지도록 푹 삶는다.

  2. 얼갈이를 데치고, 대파를 먹기 좋게 자른다.

  3. 삶은 장어를 체에 거른 뒤 큰 가시를 발라낸다.

  4. 3에 장어 삶은 물을 부어가며 국자로 눌러 국물을 내린다.

  5. 4에 얼갈이, 대파, 숙주, 청양고추, 고춧가루, 국간장을 넣고 푹 끓인다.

  6. 기호에 따라 방앗잎, 산초, 후추 등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 4에서 걸러진 잔뼈는 잘 싸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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