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김치를 담갔으니 가져가라는 시어머니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시댁이 멀지 않은 터라 얼른 다녀오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지인이 운영하는 정육점에 잠깐 들렀더니 어머님 갖다 드리라며 손질한 돼지 등뼈를 주셨습니다. 감사히 받아 어머님께 전해드리자, 어머님은 감자탕을 어떻게 끓여야 맛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얼마 전 앞집 어르신이 감자탕을 끓였다며 한 그릇 갖다 줘서 맛있게 드셨는데, 당신이 직접 돼지 등뼈를 사다 끓이니 영 맛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자주 하는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솜씨 좋은 어머님도 감자탕은 자신 없어 하셨습니다.
“어머님, 제가 끓여드릴까요?”
그러자 어머님이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돼지 등뼈를 집에 도로 가져가 잡내를 잡아주는 묵은지를 넣어 얼큰하고 시원하게 감자탕을 끓였습니다. 그러고는 남편에게 부탁해 감자탕 한 냄비를 시댁에 보내드렸습니다.
“며느리가 끓여줘서 그런가 너무 맛있었다.”
어머님의 전화를 받고 뿌듯했습니다. 여든이 다 된 연세에도 자식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일거리를 찾아다니시는 어머님은 짬짬이 번 돈으로 손주들 용돈도 주시고, 선물도 사주십니다. 아무래도 그 소소한 기쁨에 일을 놓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며느리들 힘들까 봐 김치와 밑반찬을 수시로 보내주시지요.
아낌없이 주시는 어머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묵은지 감자탕을 대접해드리게 돼 기뻤습니다. 어머님이 부디 건강하시기만을 바랍니다.
Recipe
묵은지 감자탕
재료(2~3인분)
돼지 등뼈 2㎏, 묵은지 반 포기, 감자 4개, 대파 2개, 청양고추 3개,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2큰술, 들깻가루 4큰술, 참치액젓 2큰술, 맛술 2큰술, 후추 1/2작은술
방법
- 돼지 등뼈를 찬물에 담가 반나절 동안 핏물을 뺀 뒤, 두세 번 맑은 물로 씻는다.
- 돼지 등뼈를 솥에 넣고 그 위에 묵은지를 올린다.
- 묵은지가 푹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센불에서 30분 끓인다.
- 중불로 줄인 뒤 다진 마늘, 고춧가루, 액젓, 맛술, 후추를 넣고 30분 끓인다.
- 감자, 대파, 고추를 씻어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 들깻가루와 5를 함께 넣어 약불에서 30분 더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