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초간단요리, 부대찌개


아빠는 제가 어릴 때부터 늘 바쁘셨습니다. 사업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셔서,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워낙 무뚝뚝해 표현은 잘 안 하셨지만, 휴일이면 언니와 제가 먹고 싶은 것을 사주고, 원하는 것을 해주려 하셨습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어느 일요일. 엄마가 외출해서 아빠와 언니, 저만 집에 남았습니다. 엄마가 안 계실 때는 주로 제가 식사를 준비했기에 점심에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빠가 웬일로 요리를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빠가 주방에 있는 모습이 너무 낯설었지만 그래도 아빠의 첫 요리가 기대됐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부스럭대며 꺼낸 것은 라면. ‘에이, 무슨 라면이 요리야?’ 하는 생각에 실망했습니다. 그런 제 맘을 모르시는지 아빠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나머지 재료를 준비하셨습니다. 라면에 햄, 어묵, 만두, 야채 등 갖가지 재료를 다 넣어 완성한 건 부대찌개였습니다. 라면이 근사한 요리로 변신한 것입니다. 완성된 뒤에는 뿌듯한 표정으로 저에게 맛보라고 한 입 건네셨지요. 그런 아빠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비록 서툰 솜씨로 간단히 만든 요리였지만 아빠가 처음 선보인 요리라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아빠가 외국에서 일하시게 된 후로는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오셨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하던 때에는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아 아빠를 일 년이 넘도록 못 본 때도 있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타국에서 지내는 아빠가 외롭고 힘들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종종 언니와 함께 아빠의 레시피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곤 합니다. 아빠와 함께하던 때가 새록새록 떠올라 더 보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아빠가 집에 오시면 좋겠습니다. 그땐 제가 정성을 듬뿍 담아 맛있는 요리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Recipe


부대찌개

재료(2~3인분)

라면 2봉지, 햄 200g, 사각어묵 4장, 만두 6개, 콩나물 한 움큼, 팽이버섯 100g, 양파 1/2개, 대파 1/2대


방법


  1. 양파와 파를 송송 썰고, 햄과 어묵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팽이버섯의 밑동을 잘라낸 후 절반으로 자른다.

  3. 냄비에 물 1L와 라면 스프를 넣고 끓인다.

  4. 물이 끓으면 햄, 어묵, 만두, 버섯, 양파, 파를 한꺼번에 넣는다.

  5. 재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면을 넣는다.

  6. 면이 다 익기 전에 콩나물을 넣고 조금 더 끓여 준다(뚜껑은 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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