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보양식


엄마가 아프신 날이 많아졌습니다. 늘 저의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강인한 분이셨는데, 아흔을 바라보는 지금은 찬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연신 콜록거리십니다. 항상 젊은 것 같던 모습도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등이 굽어버렸습니다. 그런 엄마를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작은 체구에도 늘 당찼던 엄마는 제게 슈퍼우먼 같았습니다. 왜소한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 건지 지치지 않고 일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시골에 살면서도 논이나 밭에서 일하지 않고 공장에 다니셨습니다. 그 모습이 제게는 참 멋있고 당당해 보였지요. 엄마의 든든한 뒷받침으로 저는 편하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학생 때, 엄마가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치셨습니다. 치료에 집중해야 했지만 우리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다시 일터로 나가셨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허리가 안 좋습니다. 아파서 괴로워하실 때마다 제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하루는 그런 엄마를 위해 보양식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울에는 제철을 만난 굴과 매생이가 좋다고 하더군요. 이가 좋지 않은 엄마도 편하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아, 매생이굴국을 끓여드렸습니다.

“엄마, 맛있어요?”
“응, 맛나네. 굴도 씨알이 굵고 부드러워서 먹기 괜찮구먼.”

무뚝뚝한 성격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이시기에, 엄마에게는 나름 최고의 표현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밥 한 공기도 다 못 비우시는데, 매생이굴국은 입맛에 맞으신지 큰 대접에 담아 드렸는데도 싹 비우셨지요. 진작 해드릴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당신 몸 힘드신 줄 모르고 철부지 자녀 위해 평생 고생만 하신 엄마. 이제는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맛있는 것 많이 해드릴 테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사랑합니다.


Recipe


매생이굴국

재료(2~3인분)

매생이 한 좨기(350~400g), 생굴 200g, 국간장 2큰술, 참기름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물, 소금


방법


  1. 매생이는 체에 밭쳐서 흐르는 물에 살살 씻고, 굴은 소금물에 담갔다가 씻는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며 이물질을 없앤다.

  2. 먹기 좋게 자른 매생이에 국간장을 넣어 밑간한다.

  3. 참기름을 두른 냄비에 2를 넣어 볶다가 마늘을 넣고 조금 더 볶아준다.

  4. 3에 물을 부은 후, 보글보글 끓으면 굴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5. 기호에 맞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 2에서 국간장 대신 참치액젓 또는 까나리액젓을 넣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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