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토란을 보내주신다고 합니다. 작년에, 엄마가 만들어주던 들깨토란국이 생각나 토란을 구하러 시장을 돌아다녀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토란 없는 들깨국을 해서 먹었지만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들깨토란국이 먹고 싶다 이야기했더니 올해 먹을 수 있도록 토란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고소함의 결정체인 들깨토란국은 어릴 적 심한 편식쟁이였던 제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기도 합니다. 사실 토란 손질은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벗겨야 하고, 끈적끈적한 물질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토란을 직접 재배하신 엄마는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아 오셔서 들깨토란국을 자주 해주셨습니다. 저를 시집보내고 나서는 토란 재배를 멈추셨지만, 들깨토란국이 먹고 싶다는 저의 한마디에 다시 토란을 심으신 것입니다.
토란 수확철인 가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들깨토란국이 생각납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더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엄마가 재배한 토란으로 들깨토란국을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니 고소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 벌써부터 군침이 돕니다.
* 토란은 ‘땅에서 자라는 알’이라는 뜻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표면의 점액질 성분이 위벽을 보호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Recipe
들깨토란국
재료(2~3인분)
토란(덩이뿌리 10알, 대 200g, 잎 약간), 시래기 200g, 들깻가루 10큰술, 소금 2큰술, 쌀가루 7~10큰술, 국간장 0.5큰술, 육수 1L(멸치, 다시마, 건새우, 무, 파 뿌리)
방법
- 토란(덩이뿌리·대·잎)을 깨끗이 씻은 후, 덩이뿌리와 대의 껍질을 벗긴다.
- 토란대와 잎, 시래기를 데친다.
- 냄비의 약 2/3 정도 물을 붓고 멸치, 다시마, 건새우, 무, 파 뿌리를 넣어 육수를 끓인다.
- 육수가 진하게 우러나면 건더기를 모두 건진다.
- 들깻가루와 쌀가루에 육수를 조금 넣어 잘 풀어준다.
- 육수에 토란(덩이뿌리, 데쳐둔 토란대와 잎), 시래기를 넣고 15분가량 팔팔 끓인다.
- 소금과 국간장을 넣은 후, 5를 넣는다(기호에 맞게 간을 맞추되, 더 삼삼한 맛을 원하면 국간장은 넣지 않아도 된다).
- 약불에서 계속 저어가며 걸쭉해질 때까지 익힌다.
* 뚜껑은 조리 내내 열어놓는다. 고사리랑 죽순, 호박고지를 넣어 먹어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