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이 한 달 내내 달걀장조림이 먹고 싶다 노래를 불러서 해줬는데, 어릴 때 엄마가 해준 맛이 아니라고 했다고요. 그래서 제게 레시피를 물어보려고 연락을 한 겁니다. 전화를 받고 조금 놀랐습니다. 아들이 달걀장조림을 먹고 싶어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아들이 고등학생일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빠듯한 살림에 한창 자랄 시기인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달걀장조림이었습니다. 달걀은 영양이 풍부한 데 비해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달걀 한 판을 사서 장조림을 해놓았습니다. 먹성이 좋은 아들은 다른 반찬이 없어도 달걀장조림만 있으면 밥에 국물까지 넣고 비벼서 한 공기를 말끔히 해치웠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길래 아들한테 장조림이 질리지 않냐고 종종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마다 아들의 대답은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엄마, 뭐가 질려요. 하나도 안 질려요. 너무 맛있어요!”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먹은 달걀장조림이 지금도 먹고 싶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며느리의 전화에 바로 달걀 한 판을 사왔습니다. 그날 달걀장조림을 만들어 택배로 부쳐주었지요. 다음 날 아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요. 달걀장조림이 왜 먹고 싶었냐고 묻자 아들이 말했습니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엄마가 해준 달걀장조림이 너무 그리웠어요.”
평범한 재료에 특별한 비법도 없는 음식을, 엄마가 자주 해줬다는 이유로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아들. 달걀장조림만 생각하면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앞섰는데, 오히려 엄마를 생각하며 그 음식을 그리워했다는 아들의 말에 또다시 위로를 받았습니다. 반찬 투정 한번 없이 듬직하게 자라준 아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Recipe
달걀장조림
재료(2~3인분)
달걀 한 판, 마늘 20개, 청양고추 5개, 소금, 식초, 간장, 설탕, 조미료
방법
- 냄비에 소금과 식초를 한 큰술 넣고 달걀을 삶는다.
- 달걀 껍데기를 깐다.
- 마늘은 반으로 자르고, 청양고추도 마늘 크기로 자른다.
- 큰 냄비에 달걀을 넣고 달걀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뒤, 간장 1컵, 설탕 2큰술, 조미료 반 큰술을 넣는다.
- 센 불에서 끓이다 보글보글 소리가 나면 중불로 바꾼다.
- 물이 2/3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