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가득 팥칼국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어릴 적 엄마가 즐겨 해주시던 팥칼국수입니다.

저희 집은 농사를 지었음에도, 쌀이 귀했던 탓에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었습니다. 특히 팥칼국수는 별미로 꼽힐 정도로 맛이 좋아 우리 가족에게 인기였습니다. 늘 엄마가 해주는 것만 먹다가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팥칼국수를 직접 만들어봤는데, 그동안 엄마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정성과 수고를 들였는지 새삼 깨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듬해 엄마의 몸이 안 좋아져 더 이상 엄마표 팥칼국수를 먹지 못하게 되었고, 이후로는 제가 엄마를 대신해 종종 팥칼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장성해 가정을 꾸린 후, 기억을 더듬어 팥칼국수를 만들어봤는데 그때 그 맛이 아니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더는 집에서 만들지 않고 가끔 시중에서 사 먹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랬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집에서 만든 팥칼국수가 먹고 싶다기에 다시금 도전했습니다. 이왕이면 제대로 만들려고 시골에 사는 언니에게 팥을 보내달라고 부탁까지 했습니다. 좋은 팥만 있으면 준비는 완료. 앙금을 내리려면 삶은 팥을 체에 담아 손으로 으깨야 합니다. 체에 팥 껍질만 남을 때까지 물을 조금씩 부으며 이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면도 밀가루로 반죽해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였더니 마침내 엄마가 해준 팥칼국수 맛이 되살아났습니다. 남편은 맛있다며 그 자리에서 두 그릇이나 비웠고, 아들은 “장사해도 되겠다!”며 저를 추켜세웠습니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가족들이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피로가 씻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팥칼국수는 우리 집 별미가 되었지요.

가족을 위한 음식은 정성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하신 엄마의 말이 떠오릅니다. 팥칼국수를 만들 때면 그 말씀이 더욱 와닿습니다.


Recipe


팥칼국수

재료(2~3인분)

팥 500g, 밀가루 1㎏, 식소다 0.5ts, 소금, 설탕


방법


  1.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하루 숙성시킨 뒤, 밀가루를 조금씩 뿌려가며 방망이로 민다.

  2. 납작해진 반죽을 계란말이 하듯 말아서 일정한 굵기로 썬다.

  3. 팥을 1시간 정도 물에 불린 뒤 삶는다.

  4. 팥이 손으로 만져서 으깨질 정도가 되면 선명한 색과 식감을 위해 식소다를 첨가한다.

  5. 팥을 체에 담아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손으로 눌러 앙금을 내린다.

  6. 앙금을 냄비에 담아 물을 적당히 부은 뒤, 눌어붙지 않도록 저으며 걸쭉해질 정도로 끓인다.

  7. 면을 6에 넣어 약불에서 조금 더 끓인 뒤 소금과 설탕으로 간한다.


* 가래떡을 추가해 먹어도 맛있다.


Go Top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복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