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외식보다 집에서 만든 음식을 더 좋아합니다. ‘밖에서 먹는 밥은 아무리 맛있어도 집밥을 이길 수 없다’는 게 남편의 지론이지요. 남편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시어머니의 영향이 큽니다. TV에서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보통 “우리 저 음식 사 먹을까?” 하는데, 음식 솜씨가 뛰어나신 어머님은 장을 봐서 뚝딱 만들어 주십니다. 결혼 후 한동안 시부모님과 살며 매일 세끼를 차려내는 게 버겁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님으로부터 여러 가지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분가 후, 그동안 어머님이 해주신 맛있는 밥만 먹다 제가 만든 음식을 먹게 된 남편은 제 요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또 하면 되겠네.” 이 한마디가 표현에 서툰 남편이 하는 최고의 칭찬이었지요. 그런 남편이 어머님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제가 어머님 솜씨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중 하나가 잡채입니다.
하루는 일찍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이 느닷없이 “우리 오늘 잔치할까?” 하기에 “갑자기 웬 잔치요?” 하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뭐, 그냥 우리가 잔치라고 하면 잔치지. 잡채만 있으면 돼. 잡채가 곧 잔치의 꽃이잖아.”
무슨 말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잡채가 먹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 ‘잔칫날’은 잡채 먹는 날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다양한 이유를 대며 잔치하자고 할 때마다, 마치 엄마를 그리워하는 어린아이 같아 마음이 뭉클합니다. 마음의 위안도 얻고 잔칫날 기분까지 느낄 수 있으니 잡채는 우리 집 단골 메뉴로 손색이 없답니다.
Recipe
잡채
재료(2~3인분)
돼지고기, 표고버섯, 양파, 당근, 부추, 당면, 멸치 육수, 간장, 참기름, 설탕, 소금, 후추, 통깨
방법
- 당면은 2시간 정도 물에 불리고, 돼지고기는 간장, 참기름, 설탕, 후추에 버무려 재워둔다.
- 표고버섯, 양파, 당근을 채 썰고, 부추는 5cm 길이로 썬다.
- 표고버섯을 간장과 참기름, 설탕에 버무린다.
-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 후, 당근과 양파를 각각 소금으로 간하며 볶는다.
- 재워둔 돼지고기와 양념한 버섯도 따로 볶는다.
- 냄비에 당면을 넣고 멸치 육수를 면이 살짝 잠길 만큼 붓는다. 간장과 설탕을 넣고 육수가 졸아들 때까지 삶는다.
- 볶아둔 채소와 고기, 버섯을 간이 밴 당면과 고루 섞는다.
- 부추를 넣고, 참기름을 두른 뒤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