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고기반찬은 구경하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 어머니는 집안 식구들의 몸보신 차원에서 어쩌다 한 번씩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해주시곤 했다. 비록 고기의 양은 적었지만 김치를 듬뿍 넣어 푸짐했다. 모처럼 고기반찬을 먹을 때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밥을 크게 한술 떠서 고기와 함께 입에 넣는 즉시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시절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던 돼지고기 두루치기. 그 행복을 지금의 가족과 나누고 싶을 때 나는 주방으로 향한다. 재료는 거창하지 않다. 적당히 익은 김치와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 두부 반 모만 있으면 주재료 준비는 완료.
조리법도 간단하다. 김치와 돼지고기를 먼저 볶다가, 다른 재료를 하나씩 넣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완성한 두루치기를 접시에 담아 내면 가족의 반응은 어릴 때의 나와 다르지 않다. 두루치기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을 볼 때면 마음이 기쁨으로 부푼다. ‘다음에 또 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고, ‘유명한 셰프들이 이런 기분에 요리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재료도 구하기 쉽고, 만들기도 쉬운 돼지고기 두루치기. 우리 가족을 두루두루 행복하게 하는 ‘아빠 셰프’의 대표 메뉴다.
Recipe
돼지고기 두루치기
재료(2~3인분)
돼지고기, 김치, 두부 반 모, 표고버섯, 양파, 파, 고추, 다진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들기름
방법
- 돼지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 김치는 국물을 꾹 짠 뒤 썰어서 돼지고기와 함께 들기름에 볶는다.
- 고기가 익을 즈음 양파와 표고버섯을 넣고 같이 볶는다.
- 물을 반 컵 정도 붓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어 고루 섞는다.
- 설탕을 한 큰술 뿌리고 고추, 파, 두부를 썰어 넣은 뒤 뚜껑을 닫고 3~5분 익힌다.
- 끓는 소리가 나면 뚜껑을 열고 졸이면서 간을 본다. 싱거우면 고추장을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