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입맛 잡은 오징어 장조림


친정엄마는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지방에서 자라나셨습니다. 그 덕분인지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김치와 나물, 고기 요리 등 어떤 음식이든 맛깔스럽게 만드십니다. 여기저기서 엄마를 초빙(?)하기도 하지요. 그렇다 보니 엄마는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못 미더워하시는 편입니다. 특히나 자식들은 늘 어린아이처럼 여기시니 엄마께 음식을 해드리는 일은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엄마가 연세가 드시니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며 음식도 예전처럼 잘 만들지 않으십니다. 가족들이 엄마와 식사를 할라치면 그나마 엄마가 흡족해하실 만한 음식점을 찾아 모시고 가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엄마께 매번 바깥 음식을 사드리는 것이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솜씨로나마 직접 음식을 만들어 엄마의 평가를 받기로 했습니다. 평소 집에서 자주 해 먹던 밑반찬을 준비하고, 딸이 울릉도로 연수를 다녀오면서 할머니 드린다고 사 온 오징어로 장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음식을 반찬통에 담아,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친정을 향해 설레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엄마는 야심만만하게 준비해간 음식 중에서도 오징어 장조림을 맛보셨습니다.

“요건 어떻게 했길래 맛나다냐?”

오징어 장조림은 딸아이 도시락 반찬으로 만들던 메뉴였습니다. 까다로운 엄마 입맛에 잘 맞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맛있게 드시는 게 아닌가요!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음식 명인인 엄마께 음식 솜씨 칭찬을 들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울 에미랑 같이 먹으니 더 맛나다!”

이어진 엄마 말에, 자식이 정성껏 만든 음식이라 더 맛있게 드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 가지씩 만들어 대접해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엄마! 이제는 저희가 엄마 두 손 꼭 잡고, 외롭지 않도록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Recipe


오징어 장조림

재료(2~3인분)

반건조 오징어 두 마리, 삶은 메추리알, 청·홍고추, 물엿, 진간장, 국간장, 매실청, 다진마늘, 식용유, 참기름, 깨소금


방법


  1. 냄비에 물을 적당히 붓고 진간장 네 큰술, 국간장 한 큰술, 매실청 두 큰술, 다진 마늘 한 큰술, 식용유 한 큰술, 고추를 두세 개 넣고 끓인다.

  2. 오징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남은 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3. 1이 보글보글 끓으면 메추리알을 넣고, 10분 후 오징어를 넣는다.

  4. 물을 한 컵 더 넣고, 국물이 적당히 졸아들면 썰어둔 고추를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기호에 따라 양파, 당근, 파 등을 추가).

  5. 2~3분간 더 졸인 뒤 물엿 네 큰술, 참기름 한 큰술을 넣고 섞는다.

  6. 그릇에 담아 깨소금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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