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호떡


부모님은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호떡 장사를 시작하셨습니다. 귀가 잘 안 들리시는 두 분이 어려운 형편에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복지센터의 소개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장사를 시작하며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장사가 안 되면 어쩌나 싶어서요.

그런데 이게 웬일,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됐거든요. 위치가 역 앞인 것도 매출을 올리는 데 한몫했습니다. 엄마가 큰 통에 재료를 넣고 물을 부으면, 아빠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치대며 반죽을 만드셨습니다. 그렇게 장사 준비를 해서 밖에 나갔다 밤에 돌아오시면 두 분은 전대에 담긴 돈을 세며, 호떡으로 세 남매를 풍족하게 먹일 수 있다고 행복해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엄마는 여전히 호떡 장사를 하십니다. 배운 게 그것밖에 없다면서요. 그래도 호떡으로 자녀들을 키워냈기에 장사가 즐겁다고 하십니다.

일찍 결혼해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 보니 엄마의 호떡을 먹을 기회가 자연스레 줄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가 잠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자 엄마는 딸이 잘 먹어야 한다며 먼 길을 달려오셨습니다. 작은 체구로 쌀이며 김치, 고구마, 제가 좋아하는 갖가지 반찬과 호떡 재료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서요.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후다닥 호떡부터 만드셨습니다. 갓 구운 호떡을 한입 베어 무니 어릴 적 먹던 그 맛입니다. 호떡을 먹으며 어릴 적 추억을 아들에게 얘기하는데,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호떡에 담긴 엄마의 사랑과 정성 덕분에 건강도 더 빨리 회복된 것 같습니다. 엄마,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Recipe


호떡

재료(2~3인분)

밀가루(강력분) 300g, 탈지분유 10g, 옥수숫가루 10g, 식용유 두 큰 술, 따뜻한 물 3/4컵, 이스트 4g, 소금반 큰 술, 계핏가루, 흑설탕


방법


  1. 믹싱볼에 반죽 재료를 넣어 치댄 후 1시간 발효시킨다.

  2. 흑설탕과 계핏가루를 섞어 소를 만든다.

  3. 발효된 반죽을 반 주먹 크기로 떼어 가운데를 움푹하게 만든 뒤 숟가락으로 소를 넣는다.

  4. 3을 잘 오므린 후, 도마에 올려놓고 밀대로 살짝 밀어 동글납작하게 만든다.

  5.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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