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은 콩자반을 참 좋아합니다. 다른 반찬이 많아도 콩자반이 빠지면 ‘먹을 게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특히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을 때는 콩자반을 꼭 찾습니다.
남편과 달리 저는 콩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남편을 위해 신혼 때 시어머니께 콩자반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콩자반을 먹고 자란 남편은 이제 아내가 만들어준 콩자반을 먹고 있지요.
사실, 별로 즐기지 않는 음식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콩자반을 만들려면 먼저 메주콩을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우묵한 프라이팬에 넣어 중간 불에서 나무 주걱으로 깨를 볶듯 골고루 볶아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해야지, 빨리 볶으려고 센 불로 했다가는 콩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습니다.
날씨가 더울 때면 불 앞에 오랜 시간 서 있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콩이 완전히 볶아지기 전까지 풍기는 비린내 때문에 코를 막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콩을 다 볶고 나면, 불을 끄고 간장 등 각종 양념을 넣습니다. 이때 열기가 확 올라옵니다. 처음에는 간장을 붓는 각도(?)를 잘 조절하지 못해 뜨거운 수증기를 얼굴에 그대로 맞은 적도 여러 번 있었지요.
그렇게 십수 년 콩자반을 만들다 보니, 어느덧 저도 콩자반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더운 날에는 찬물에 밥을 말아 콩자반과 먹고, 몸이 축 처질 때는 양푼에 밥과 콩자반만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힘이 솟아납니다. 고등학생 아들도 출출할 때 밥에 콩자반을 한술 올려 행복한 표정으로 먹곤 합니다. 콩을 싫어하는 딸도 콩자반은 이따금 먹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콩을 챙겨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콩 속의 단백질이 골다공증을 예방해주고,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요. 예전에는 콩자반, 콩자반 노래를 부르던 남편이 참 얄미웠는데, 지금은 무척 고맙습니다. 덕분에 몸에 좋은 콩을 날마다 먹으니까요.
Recipe
콩자반
재료(2~3인분)
메주콩, 간장, 다진마늘, 설탕, 물엿, 참기름, 깨
방법
- 메주콩은 따로 불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 이물질을 없앤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 1을 우묵한 프라이팬에 넣고 나무 주걱으로 골고루 저어가며 중불에서 볶는다.
- 겉이 적당히 익었을 때 콩을 하나 먹어본다. 톡 씹히면서 비린내 없이 고소하면 볶기를 멈춘다.
- 불을 끄고 콩이 잠길 정도로 간장을 붓는다. 다진 마늘, 설탕, 물엿, 참기름으로 간한 뒤 골고루 섞고 깨를 뿌린다.
- 식힌 뒤 반찬통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