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빚은 만두


만두를 드시고 싶다는 시어머니 말씀에 오랜만에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전에는 시어머니와 함께 만두피까지 손수 빚어 몇백 개씩 만들곤 했는데, 어머님의 허리가 편찮으신 후로는 먼 얘기가 됐습니다. 만두피는 시중에 파는 것으로 준비하고, 돼지고기, 숙주나물, 두부, 당면 등 속 재료를 준비해 딸과 함께 만두소를 만들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남편과 아들까지 합세해 만두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처음인데도 곧잘 했습니다. 매사에 느긋한 성격 덕분인지 만두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했습니다. 딸이 “아빠는 만두를 이렇게 예쁘게 만드시면서, 왜 저는 아빠랑 똑같이 생기게 낳으셨어요?”라며 우스개를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내 딸이니까 나 닮았지” 하고 웃었습니다. 한편 아들이 빚은 만두는 시간이 지나자 자꾸 벌어졌습니다. 남편은 만두피를 붙일 때 물을 꼼꼼히 묻혀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아빠의 말대로 한 아들은 “정말 안 벌어지네요!” 하고 감탄했습니다.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빚다 보니 어느새 재료가 동났습니다. 다 빚은 만두를 솥에 넣고 찌자, 김이 모락모락 나며 먹음직스럽게 익었습니다. 가장 먼저 시식에 나선 남편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하나만 먹어서는 잘 모르겠다며 또 하나를 먹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맛있을까, 맛없을까?’ 궁금해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또 갸우뚱거리면서 하나 더 먹으면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남편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현수야, 지수야. 만두 맛있나 보다. 너희도 먹어봐!”

속내를 들킨 남편이 들고 있던 만두를 내려놓고 멋쩍은 듯 크게 웃었습니다. 우리도 함께 웃었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만두를 다 만들고 난 뒤, 남편은 청소기로 바닥을 밀고 아들은 밀대로 닦았습니다. 딸은 이것저것 물건들을 정리하고, 저는 설거지를 맡았지요. 이렇게 가족이 일을 분담해 함께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오손도손 대화를 많이 나눈 것도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고요. 가족과 함께 즐겁게 빚어서 그런지 목도 어깨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날, 다 만든 만두를 들고 시어머니를 찾아뵀습니다. 어머님은 맛있다며 여러 개를 드셨습니다. 여러모로 뿌듯하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Recipe


만두

재료(2~3인분)

돼지고기, 숙주나물, 당면, 김치, 두부, 만두피, 소금, 후추, 참기름, 달걀, 다진 마늘


방법


  1. 돼지고기를 다진 뒤 밑간을 하고 재워둔다.

  2. 숙주나물을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짜고 송송 썬다.

  3. 삶은 당면을 채반에 담아 물기를 빼고 잘게 썬다.

  4. 김치는 꼭 짜서 잘게 썰고, 두부도 물기를 없애고 으깬다.

  5. 볼에 1, 2, 3, 4와 달걀을 넣고 다진 마늘과 참기름, 소금, 후추로 간한 뒤 잘 섞는다.

  6. 만두피에 5의 만두소를 적당히 넣고 빚는다.

  7. 빚은 만두를 찜기에 찐다.


* 만두를 한 김 식힌 뒤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그때그때 꺼내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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