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딸은 제가 요리할 때 옆에서 잘 거듭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카레라이스나 오므라이스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때 참여시킨 덕분입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채소를 썰어보면서 요리가 엄마의 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일임을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습니다.
가끔 제가 외출해서 늦으면 아들은 그때그때 입맛에 따라 잡곡밥이나 흰쌀밥을 지어놓고 기다립니다. 밥물을 어찌나 잘 맞추는지, 고슬고슬한 밥이 기막히게 맛있습니다. 참 신통하지요. 고등학생 딸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피곤해 보이면 무엇이든 뚝딱 요리해 알아서 밥을 차려 먹습니다. 종종 남동생에게도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을 보면, 어릴 적부터 요리를 가르친 게 헛되지 않구나 싶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몇 년 전, 제가 아파서 한동안 기력이 없을 때 딸이 문득 그러더군요.
“엄마가 단백질 보충을 못 해서 힘이 없어요. 고기 요리 해드릴까요?”
“그래, 한번 해줘봐!” 했더니, 딸은 요리를 척척 시작했습니다. 먼저 냉장고에서 색색의 파프리카와 새송이버섯을 꺼내 손질하고 예쁘게 썰었습니다. 그다음엔 연한 소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볶았습니다. 고기가 살짝 익을 때쯤, 준비해둔 채소를 같이 볶으며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해 순식간에 요리를 완성했습니다. 그러고는 집에 있는 가장 예쁜 접시에 담아 제게 갖다 주었지요.
고기와 알록달록한 채소가 어우러져 한눈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입안에 저절로 군침이 돌며 입꼬리가 귀에 걸렸습니다.
“딸! 너무 감동이야! 고마워. 사랑해! 잘 먹을게.”
맛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딸에게 폭풍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아픈 기운이 싹 가시고, 몸에 활력이 솟는 듯했습니다.
요즘도 저는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고 완성된 요리를 사진으로 남기며 추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요리하면 소통도 잘 되고, 집안 분위기도 화기애애합니다. 향긋한 요리 내음만 아니라 사랑의 향기까지 가득해집니다.
Recipe
소고기 채소볶음
재료(2~3인분)
소고기, 파프리카, 새송이버섯, 식용유, 후추, 소금
방법
- 흐르는 물에 파프리카와 새송이버섯을 씻는다.
- 파프리카는 위아래를 자르고 씨를 털어낸 뒤 길쭉하게 썬다. 새송이버섯도 파프리카 길이에 맞춰 썬다.
- 핏물을 뺀 소고기를 한입에 넣기 좋은 크기로 썬다.
- 미리 달구어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익힌다.
- 고기가 반쯤 익으면 채소를 넣고 같이 볶는다. 후추와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