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도시락


“엄마가 해준 음식 중에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아?”
“음, 예전에 소풍 갈 때 싸주신 묵은지 주먹밥이요.”
“뭐? 겨우 그거야?”

타지에서 직장 생활 하는 딸과 통화하면서 바빠도 끼니 거르지 말라고 당부하다 나눈 대화입니다. 의아해하는 제게, 딸은 “친구들한테 얼마나 인기였는데요! 다들 ‘이게 뭐야?’, ‘예쁘다’, ‘신기해’ 하면서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라며 신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맑고 경쾌한 목소리가 마음을 도리어 애잔하게 합니다. 딸아이 학창 시절, 늘 바쁘다는 핑계로 흔한 김밥 한 번 싸주지 못했거든요.

“엄마, 이번엔 저도 김밥 싸주세요! 네?”
“그래, 이번엔 꼭 김밥 싸줄게.”

그날도 대답은 쉽게 했지만, 이것저것 급한 일을 먼저 하다가 장을 못 봤습니다. 당장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지만, 반찬이라곤 먹다 남은 멸치볶음과 진미채 무침 조금, 그리고 묵은지가 전부였습니다.

김치볶음밥을 할까 생각하다, 모처럼 가는 소풍인데 이왕이면 정성 들여 맛있고 모양도 예쁜 도시락을 싸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주먹밥이 떠올랐습니다. 딸아이가 김치를 좋아하기에, 김치를 씻어서 주먹밥을 싸면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묵은지를 꺼내 찬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꽉 짠 다음, 호두알 크기로 동그랗게 뭉친 밥을 김치로 감쌌습니다. 한 종류만 있으면 물릴까 싶어 이번엔 밥 속에 멸치볶음을 다져 넣고 겉에 검은깨를 묻혔습니다. 다진 진미채를 넣어 흰깨에 굴린 주먹밥도 만들었습니다.

묵은지 주먹밥 한 줄, 검은깨 주먹밥 한 줄, 또 묵은지 주먹밥 한 줄, 흰깨 주먹밥 한 줄…. 그렇게 완성된 초간단 주먹밥 도시락! 딸은 소박한 주먹밥 도시락을 무척 신기해하며 즐겁게 소풍을 떠났습니다. 평범한 재료로 만든 주먹밥을 지금도 특별한 맛으로 기억해주다니,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Recipe


주먹밥 도시락

재료(2~3인분)

밥, 참기름, 소금, 묵은지, 검은깨, 흰깨, 각종 밑반찬(멸치, 진미채, 견과류, 무말랭이 등)


묵은지 주먹밥


  1. 갓 지은 밥에 참기름을 조금 떨어뜨리고, 소금을 솔솔 뿌린 뒤 한 김 식힌다.

  2. 묵은지의 김칫소를 털어내고 찬물에 깨끗이 헹군다.

  3. 묵은지의 물기를 꼭 짠 뒤 이파리 부분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4. 식힌 밥을 호두알 크기로 동그랗게 빚는다.

  5. 잘라둔 김치로 4를 감싸, 이파리의 끝부분이 아래로 향하도록 놓는다.

  6. 깨 주먹밥


    1. 밑반찬을 다진다.

    2. 밥에 다진 반찬을 만두소처럼 넣고 동그랗게 빚는다.

    3. 볼에 각각 검은깨, 흰깨를 담아 2를 넣고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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