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고3 수험생 시절,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매일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유독 힘겨운 날이면 독서실에서 출발할 때 전화해, “엄마, 단 게 먹고 싶어요” 하고 짠한 목소리로 말하곤 했지요. 그런 아들의 주문전화(?)는 신기한 힘이 있었습니다. 졸린 눈이 번쩍 떠지고, 웬만한 일로는 뿌리치기 힘든 이불속 안락함도 박차고 일어나게 했으니까요. 그런 저를 보며 남편은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내가 밤에 출출하다고 뭐 좀 해달라고 하면 피곤하다고 다음에 해준다고 하더니, 아들 전화에는 어떻게 그리 순식간에 일어나?”
“내가 언제요? 당신도 많이 해줬는데.”
대답은 당당히 했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할까요, 엄마를 찾는 아들의 지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주방으로 가는 것을요. 이런 게 엄마 마음, 모성애인가 봅니다.
아들의 전화에 떠올린 메뉴는 주로 고구마탕입니다. 고구마 껍질을 깎고 큼직하게 깍둑썰기한 뒤 물기를 닦아 기름에 튀겨냅니다. 다른 프라이팬에는 기름을 두르고 물엿을 끓이다 설탕을 추가해 달콤한 소스를 만듭니다. 고소하게 튀겨낸 고구마를 소스에 이리저리 버무려 골고루 단맛을 입힐 때쯤이면, “삐삐삐” 하고 아들이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달콤한 거요!”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난 듯, 신난 표정으로 허기를 채우는 아들을 보면 저 역시 힘이 났습니다. 어쩌면 아들은 허기를 채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고단함을 알아주고 보듬어줄 관심과 애정을 먹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수험생 시절 엄마가 해준 음식 중에 제일 기억나는 게 “고구마탕”이라고 합니다. 고구마탕에 듬뿍 묻어 있던 달콤한 엄마의 사랑을 잊을 수 없나 봅니다.
Recipe
고구마탕
재료(2~3인분)
고구마, 식용유, 물엿, 설탕
방법
- 껍질을 벗긴 고구마를 큼직하게 깍둑썰기한다.
- 고구마의 물기를 닦은 뒤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 다른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물엿을 끓인다.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어 단맛을 조절한다.
- 튀긴 고구마를 3의 소스에 넣고 버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