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멀미에 약해 퇴근길에 광역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생전 멀미 한 번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그 고통을 알 수 없지만, 힘들어하는 아내가 안타까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하루는 아내에게서 저녁 식사를 거르고 일하다 이제 퇴근한다는 연락이 왔다. 빈속이면 멀미를 더 심하게 하는 아내를 위해 따끈한 국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쓸만한 재료가 달걀과 양파밖에 없어 찬장을 열어보니 북어채가 눈에 들어왔다. 메뉴는 북엇국!
속이 잘 풀리도록 양파를 얇게 저며 뭉근한 불에 익히고, 칼칼한 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추도 썰어 넣었다. 북어채는 손질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도록 오래 끓였다. 냄비 앞을 지키고 있을 때 아내가 집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와, 이게 무슨 냄새예요?”
밥과 반찬을 식탁에 올리고, 국을 양껏 담아 아내에게 권했다. 아내는 한 수저 떠서 맛을 보더니 국물이 시원하다며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식사를 마칠 무렵, 아내가 말했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멀미증이 없어졌어. 사실 나 북엇국 안 좋아하거든? 그런데 당신이 끓여줘서 그런지 신기하게 진짜 맛있네.”
아내가 북엇국을 안 좋아한다는 말에 당혹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뒤섞여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내 마음을 읽은 아내는 맛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켜 주었다. 아내에게 북엇국이 맛있게 느껴진 이유가 나의 요리 실력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내를 향한 사랑과 배려가 국물에 녹아 진하고 깊은 맛을 낸 것일까.
Recipe
북엇국
재료(2~3인분)
북어채 두 줌, 양파 반 개, 대파 한 대, 청양고추 반 개, 홍고추 반 개, 다진 마늘 한 스푼, 다시마 한 조각, 참기름 두 스푼, 소금, 후추
방법
- 북어채를 흐르는 물에 적셔 물기를 짠 뒤, 가시를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 대파와 청양고추를 어슷하게 썰고, 양파는 얇게 저민다.
- 북어채, 썰어놓은 채소와 다진 마늘을 냄비에 넣고 소금과 참기름으로 버무려 중불로 볶는다.
- 재료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끓이다 졸아들면 다시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 국물이 졸아들면 물 1L와 다시마를 넣고 15분 이상 끓인다.
- 다시마를 건져내고 기호에 맞게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 국을 그릇에 담고 홍고추를 썰어 고명으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