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할머니는 밤새 이야기를 나누래도 나눌 수 있는 각별한 사이입니다. 언젠가 문자 메시지 쓰는 법을 알려드렸더니 아흔을 바라보시는 연세에도 곧잘 사용하셔서, 종종 문자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하던 어느 날, 할머니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많이 아파.」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여쭈었습니다. 다리에 이유 모를 염증이 생겨 매일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드실 만한 보양식을 검색했습니다. 전복을 통으로 넣은 전복죽 레시피를 보고 이거다 싶었지요. 곧장 크고 좋은 전복을 주문해 죽을 쑤었습니다.
전복죽을 들고 할머니를 찾아뵈니 벌겋게 부어오른 다리를 절뚝이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밝게 웃으며 ‘짠’ 하고 전복죽을 내밀었습니다. 할머니는 전복이 통째로 들어간 죽은 처음 본다며 한 그릇을 뚝딱 비우셨지요. 손녀딸도 보고, 손녀딸이 만든 전복죽도 먹으니 벌써 다 나은 것 같다는 할머니. 바쁜 손녀에게 방해될까 봐 문자를 보낼까 말까 얼마나 고민하셨을지…. 단순히 아파서가 아니라 보고픈 마음에 더듬더듬 자판을 누르셨을 할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죄송했습니다.
앞으로는 할머니가 연락하시기 전에 자주 찾아뵈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맛있게 드실 음식을 준비해서요!
Recipe
통 전복죽
재료(2인분)
전복 4개, 맵쌀 2컵, 찹쌀 1컵, 물 1200ml, 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버터 1작은술
방법
- 전복을 솔로 깨끗이 씻어 껍데기를 떼어 내고 살과 내장을 분리한다.
- 전복에 격자무늬 칼집을 내고, 내장은 약간의 물과 함께 곱게 간다.
- 전복 위에 버터를 올려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15분간 굽는다.
- 냄비에 내장과 쌀, 물을 넣고 천천히 저으며 약불로 끓인다.
- 쌀이 퍼지면 기호에 맞게 소금으로 간한 후, 참기름을 넣는다.
- 완성된 죽을 그릇에 담고 구운 전복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