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오독 골짠지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 갔을 때, 깜짝 놀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시어머니의 사투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을 알아듣고 이해하기까지 3년이 걸렸지요. 둘째, 아들만 있는 시댁의 국 대접은 친정에 있는 대접과 달리 매우 컸습니다. 셋째, 어머니가 만드신 무말랭이 김치가 감동스러울 만큼 맛있었습니다. 식구들은 그 김치를 ‘골짠지’라 부르더군요.

어머니는 손수 농사지으신 무로 해마다 골짠지를 정성껏 만드셨습니다. 저는 김치가 넉넉해도 어머니의 골짠지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우리 집에 좀 더 많이 보내주셨으면…’ 하고 은근히 바랐지요. 보내는 비용도 많이 들고 노년에 힘드실 텐데도 어머니는 푼푼이 모은 돈으로 골짠지를 만들어 시내까지 가지고 가서 다섯 아들 집에 보내셨습니다. 그렇게 골짠지와 함께 어머니 사랑을 먹는 동안 세월은 흘러갔습니다.

어느 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골짠지를 곤짠지라고도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골짠지가 더 편하고 정겹습니다. 어머니표 골짠지는, 여타 곤짠지와 달리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들어간 특별한 음식이니까요.

어머니가 만드신 구수한 손칼국수와 함께 골짠지를 오독오독 씹어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맛을 경험하는 듯했습니다. 어머니 솜씨로 차려내신 밥상에 식구들 다 둘러앉아 이야기꽃 피우던 행복을 그려봅니다. 며느리들이 모두 ‘엄마’라고 불렀던, 정 많고 따뜻한 나의 어머니.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Recipe


오독오독 골짠지

재료(2~3인분)

무말랭이 200g, 사이다 500ml, 말린 고춧잎 20g, 배추 1통, 소금 1큰술, 통깨 조금


양념

찹쌀풀 4큰술, 고춧가루 10큰술, 다진 마늘ㆍ생강 4큰술, 까나리액젓 5큰술, 올리고당 7큰술


방법


  1. 무말랭이는 사이다에, 고춧잎은 미지근한 물에 불린다.

  2. 배추는 한 입 크기로 썰어 소금에 절인 후 물에 씻는다.

  3. 무말랭이, 고춧잎, 배추의 물기를 꼭 짠다.

  4. 양념 재료를 한데 넣어 고루 섞는다.

  5. 양념에 3을 넣고 버무린다.

  6. 통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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