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새 신발

내 고향은 깊은 산골이다. 일제강점기 때 아버지가 강제 징용을 피하려 오지로 들어가 터를 잡으신 곳이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아들이 없어 마음고생하다 마흔둘에 나를 낳으셨다.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 어머니는 애지중지 귀하게 키우셨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개학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어머니는 내 신발을 사러 험한 산길을 내려가 시장에 다녀오셨다. 그런데 저녁에 아버지가 새 신발을 보시고는 짝짝이인 것을 발견하셨다. 두 짝 다 왼쪽이었던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어머니께 호통을 치셨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새 신을 신고 학교에 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신발은 짝이 제대로 맞춰져 있었다. 철부지였던 나는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어머니께 들어 알게 되었다. 짝짝이 신발이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한 어머니가, 새벽 일찍 일어나 불을 피워 아침을 준비해 놓고 신발을 바꿔 오셨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밥을 차려주셨기에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중에 시장 갈 일이 있을 때 바꿔 와도 되련만, 어머니는 내가 개학 날 새 신을 신고 가기를 바라셨던 것이다.

지난 휴가 때 고향을 다녀오면서 집에서 시장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보았다. 당시 어른들이 30리 길이라고 했던 대로 대략 12km였다. 걸으면 편도만으로도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그 먼 길을, 내가 등교하기 전에 다녀오려면 어머니는 거의 뛰다시피 하셨을 것이다.

개학 날 아들의 발에 새 신을 신겨 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뛰고 또 뛰셨을 어머니. 숨은 얼마나 차고 다리는 또 얼마나 후들거리셨을까. 그 길 위에서 나는, 아들의 새 신발을 품에 안고 숨 가쁘게 달리시는 어머니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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