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생일을 맞아 함께 식사라도 할 겸 아이들이 자취하는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첫째는 취업, 둘째는 대학 진학으로 집을 떠난 지 5개월이 되었다. 두어 달 전에 갔을 때 반가움은 잠시, 잔소리만 늘어놓다가 그만 토라져버린 아이들을 뒤로하고 돌아와 마음이 무거웠다.
정성스레 밑반찬을 준비해 갔던 아내는 나보다 더 속상한 듯했다. 다시는 반찬을 안 해줄 것 같았던 아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애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뭘 또 그렇게 만들어? 용돈이나 주고 오면 될걸.”
밤늦도록 분주한 아내를 핀잔하듯 말하며, 식탁에 벌여놓은 반찬을 훑어보았다. 깍두기, 달걀장조림 그리고 오이소박이. 아내가 오이소박이를 만드는 건 처음이었다.
“기왕이면 애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해야지.”
“큰애가 먹고 싶대요.”
“그래도 그렇지. 힘들게 이런 걸 다 하고 그래?”
“집에 반찬이라도 있어야 애들이 밥을 해 먹죠. 아니면 밖에서 인스턴트식품이나 사 먹을 테니….”
“내일 일찍 출발하려면 적당히 하고 잡시다.”
레시피 영상을 보며 열심히 따라 만드는 아내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나와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아내. 아이들이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의기소침해지는 철없는 엄마인 줄 알았는데, 장성해 떠나보낸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모성 깊은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아내의 오이소박이를, 아이들이 엄마를 떠올리며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