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언제나 북적북적했습니다. 급식 제도가 없을 때여서, 엄마는 매일 저희 육 남매의 도시락은 물론 맞벌이하는 아빠와 당신의 몫까지 여덟 개의 도시락을 싸셨습니다. 아침마다 빈 도시락통들이 싱크대에 나란히 늘어서서 밥과 반찬이 담기길 기다렸습니다. 언니, 오빠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날에는 저녁 도시락까지 더해졌지요.
일요일이면 엄마는 밑반찬 일주일 치를 미리 준비하셨습니다. 웬만해서 저희에게 도와달라는 말씀을 안 하셨지만, 유일하게 저를 부르실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김을 구울 때입니다. 온 가족이 넉넉히 먹기 좋은 반찬으로 김구이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도시락과 밥상으로 배분되다 보면 100장들이 한 톳이 며칠 안 가 동나기는 했지만요.
엄마가 김에 기름을 쓱쓱 바르면 저는 그 위에 맛소금을 뿌렸습니다. 김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밑간하는 동안, 엄마와 저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엄마와 마주 보며 손을 맞추는 시간만큼은 엄마의 사랑이 오롯이 나를 향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형제가 많아서 그런 기분을 느낄 기회는 흔치 않았습니다. 밑간을 다 하면 저의 역할도 끝났지만, 저는 김을 굽는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지금도 김을 구울 때면 어릴 적 엄마와 함께 김구이를 만들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다음에는 저도 딸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해보렵니다. 딸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으려나요.
Recipe
김구이
재료

구이용 김, 들기름 2큰술, 식용유 2큰술, 맛소금 적당량
방법
- 들기름과 식용유를 섞는다.
- 김의 거친 면에 기름을 바른다.
- 기름 위로 맛소금을 골고루 뿌린다.
- 약불로 달군 팬에 김을 앞뒤로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