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수많은 성공 신화를 이뤄 전설적인 기업가로 불리는 고(故) 마쓰시다 고노스케.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하늘로부터 세 가지 은혜를 입었습니다. 첫째,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덕분에 구두닦이나 신문팔이를 하며 인생에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 어릴 때부터 병약한 덕분에 몸을 관리해 건강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셋째,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덕분에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 누구에게나 질문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불행으로 여길 법했던 성장 배경을, 그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해준 원동력이자 은혜라고 말했다.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상황과 사건의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통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와 태도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고, 어떻게 반응할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동일한 상황이라도 어떤 사람은 감사하고 어떤 사람은 원망하며, 누군가는 희망을 갖고 누군가는 낙심한다. 사건이 아닌 반응, 곧 해석의 차이인 것이다.
불행이 축복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덕분에’이다. 어떤 일이든 반드시 원인이 있다.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밝히는, 가치 중립적인 표현으로는 ‘때문에’가 두루 쓰인다. 그런데 흔히들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때문에’라는 표현과 함께 원망, 회피, 변명 등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곤 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누군가를 탓하거나 상황을 탓하는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어떤 기대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불리하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의도적으로 ‘덕분에’를 택하면 현실은 완전히 달라진다.
국어사전은 ‘덕분’을 ‘베풀어준 은혜나 도움’으로 풀이한다.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건 자신이 어떠한 혜택을 입었다는 뜻이므로, ‘덕분에’를 선택하는 순간 부정의 말은 모두 달아나고 만다. 자연히 좋은 점을 찾게 되고, 뒷말은 긍정적으로 전개된다. 입술로 긍정의 말을 하고 자신이 내뱉는 말을 귀로 들으면서, 유쾌하지 않은 감정도 금방 사라진다. 과거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일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여 기억의 한편에 의미 있는 일로 남겨둠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되기도 한다.
긍정의 말 중에서도 최상급은 ‘감사’다. 감사는 삶에 행복을 끌어들이는 일등 공신이다. 그런 감사를 단숨에 불러오는 방법이 ‘덕분에’다. 감사하고 싶어도 감사할 거리가 없어 감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들에게, ‘덕분에’라는 말은 해결사가 되어준다. 특별히 감사할 거리가 없더라도 ‘덕분에’를 이용하면 일상의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다. 아침 햇살 덕분에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니 감사하고, 튼튼한 두 다리 덕분에 어디든 갈 수 있어 감사하고, 한 잔의 물 덕분에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덕분에’라는 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접착제 역할도 한다. ‘덕분’ 속에는 감사, 인정, 칭찬, 지지, 존경의 의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신 덕분입니다”라는 표현은 상대방의 수고와 배려를 알아주고 그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최고의 인사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칭찬받을 때 기쁨을 느끼고 에너지가 샘솟는 까닭에, 자신에게 그러한 인정과 칭찬을 해준 사람에 대해 호감과 고마움을 갖는다. 나아가 그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마저 생겨난다.
‘덕분에’라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리면 듣는 상대만 아니라 스스로 겸손의 미덕을 새기게 된다. 사실, 세상에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없다. 당연하게 일어나는 현상도 없다. 좋은 일일수록 주위 사람들의 크고 작은 기여가 쌓이고 쌓여 가치 있는 결실로 이어진다. 설령 구체적으로 도움을 받은 기억이 없더라도 가까이 지내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상을 혼자 헤쳐가는 듯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누군가의 덕분으로 살아간다. 그 사실을 알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좋은 일에 공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신 덕분에 식사 맛있게 했어요”, “우리 아들딸 덕분에 웃네”, “아빠 덕분에 행복해요”, “이 모든 일이 어머님 덕분이에요”, “우리 가족 덕분에 견딜 수 있었어”.
가족을 존재만으로 인정하며 기여도가 크건 작건 그 어떤 수고도 당연히 여기지 않는 가정, ‘덕분에’라는 말로 공을 돌리고 아낌없이 감사를 표현하는 가정에서는 ‘덕분에’의 위력이 최대치로 발현된다. 그렇게 가족은 서로를 빛나게 하고, 일상은 기쁨과 행복으로 반짝인다. ‘덕분에’ 덕분에 가정은 남부럽지 않은 보금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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